안녕하세요. 철학과 08학번 이은송입니다.
졸업 후 여러 회사를 경유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분에
이미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미화를 해봅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진을 찍어 왔고 일기처럼 블로그에 올리곤 했는데
17년째 계속하게 되어 이렇게 개인전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보이는 사물들을 흔히 통용되는 의미적 맥락을 벗겨낸 이미지의 차원으로
색과 형태의 차원으로 살펴보는 시각이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습성 같은 것이라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이미지를 흥미롭게 관찰하는 편입니다.
개념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추상적이지만 구체적으로 침투해오는 것들에 이끌리고
이미지에 무언가 중요한 게 있다고 느껴져서 이 ‘혼자놀기’에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찍을 땐 혼자이지만 볼 때는 함께여서 좋기도 하구요.
뭔가를 겨냥해 찍으려는 거창한 계획이나 야심 없이
이성적으로 계산하기 보단 직감에 따라 찍어 왔는데
오랜 기간 이미지가 쌓이다 보니 어떤 경향성이 보여서
제 자신과 무의식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꾸준히 이미지 흔적을 모아 보시면 카테고리를 나눠보실 수 있을 거예요.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뭔가가 느껴지거나 마음이 가는 장면들을 추려 보면
스스로 미처 의식하진 못했지만 추적하고 있던 주제가 드러나기도 하구요.
거기에 자신의 생각으로 안내하는 텍스트를 보태면 전시를 준비하는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제출하는 기관에 따라 요구하는 형식은 PPT, Word, 자유형식 등 다양합니다.)
텍스트로는 담아내기 어려워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인데 글을 써내야 하는 점이 난감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공모전에 응모할 경우 작가노트를 함께 제출하는 게 관행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전시를 준비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평소에 조금씩 글로 풀어내는 연습이 도움이 되실 거예요.
저는 일종의 온라인 전시인 셈인 블로그만으로도 유의미한 피드백 통로로 느껴져 만족해왔지만
주변의 권유로 올해 처음 오프라인 전시를 시도해보게 되었습니다.
후배님들도 포트폴리오가 준비되셨다면 저처럼 갤러리에 과감하게 노크해보세요.
제 경우처럼 미술이나 사진 전공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철학 전공을 말씀드렸더니 반겨주셨어요.
감사하게도 갤러리에서 제 사진들을 좋게 봐주셔서 대관료와 홍보물 등 여러가지 지원을 받으며 준비하게 되었고
이렇게 여러분께도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사회에서 잠시 비껴나 명상하듯
가까운 이미지를 이렇게든 저렇게든 담아보는 게 현대식 명상법으로도 쓰일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침 늘 가까이 두는 스마트폰 카메라도 무척 발달했으니까요.
전통적으로 여겨지는 필름 카메라나 고화질의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어도 갤러리나 미술시장에서 개의치 않습니다.
저는 필름 카메라와 DSLR 모두 사용해봤지만
각자의 작업 성격에 가장 어울리는 도구를 쓰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우에 따라 고화질에 집착할 필요가 없기도 하고, 무거운 카메라만을 고집하다간 정형외과 VIP가 되실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진가들께서 손과 팔 관련 직업병을 앓으십니다.)
요즘은 이미지에 특화된 SNS나 온라인 플랫폼이 워낙 다양하니 우선 꾸준히 업로드하며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기회도 만나게 되실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자르거나 인위적으로 색을 보정하는 작업을 배제하고 사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추가 작업 없이도 이미지가 충만할 수 있는 지점을
날 것으로 명중시키는 게 앞으로도 저의 지향점이 될 듯합니다.
언젠가 전시장에서 동료로 조우하는 날을 기대해보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철학은 문화계에서는 특히 존중받고 환영받는 전공입니다.
자부심을 가지시고, 가능성을 열어가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저도 이제 첫 전시를 여는 초보이기에 배워나가야 할 것들이 많지만
혹시 궁금하신 점이나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점이 있으시면 메일로 연락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