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에 새겨진 인류의 거대한 흔적으로 인해 고통과 죽음으로 변모된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이 자연과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하여 지구의 기능을 바꿀 정도로 강력해진 존재인가, 아니면 기후변화는 유약한 인간이 변화시킬 수 없는 신의 영역이나 지질학적 힘의 영역일까? 사실 기후 위기야말로,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요구하며, 인류와 자연을 구원할 변화를 만들어 낼 새로운 실천철학을 요구하고 있다.
2022년 봄학기 <철학입문>의 한 분과로 기후철학을 공부하면서, 22학번 새내기들은 우리가 진정 인류세 시대에 살고 있는지, 인간은 신과 동물 사이에 있는 존재인지, 아니면 인간, 동물, 종이컵은 다 같은 flat한 존재론적 위상을 갖는지 고민했다. 또한 하이데거의 존재론으로부터, 화이트헤드의 사변적 실재론,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모튼의 초객체, 헤러웨이의 신유물론 등을 공부하면서, 철학자들의 존재론과 인식론을 토대로 기후변화의 원인으로서의 인간의 존재와, 이를 둘러싼 지구시스템의 위기, 그리고 이를 해결할 새로운 정치와 윤리의 출현을 고대하며 지속가능한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준비했다.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과학과 상상력의 위기이며, 어느 한 분야의 문제가 아닌 정치도, 과학도, 문학도, 철학도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수많은 환경주의자들의 투쟁, 과학자들의 경고와 기업인들의 ESG 경영혁신, 그리고 프란테스코 교황의 종교적 메시지까지, 기후위기의 문제는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핵심 이슈이며 모든 학문분야로 뻗어 있다. 이에 기후철학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존재론적이고 인식론적인 탐구를 통해, 인류세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서 다른 학문들과의 연결선상에서 함께 해결책을 논의해 나갈 것이다. 철학이 기후위기 시대에 나침반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숭실철학 새내기 철학도들은 이를 토대로 개인의 가치관과 행동의 변화를 넘어, 위기의 순간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며,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갈 새로운 설득의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갈 미래 숭실 철학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